요즘은 봉사단원으로 활동을 끝내고, 제대로 끝내는 감흥도 없이, 서둘러 정리하고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른 환경으로 뛰어 들어 정신 번쩍나는 일상(?), 일반인으로 돌아왔다. 정신 번쩍나는 일상도 얼마나 그리웠던가?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오는 건 아닌데... 한국에서 사람들 만나고, 좀 적응하고 그리고 일상으로 뛰어드는 건데 갑자기 너무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서 어느새 이 생활에 적응하고 마인드도 바뀌어있는 나를 보게 된다. 새삼 봉사단원때의 짠순이 습관을 얘기하게 되고, 가난한 여행자시절을 얘기하게 되고, 그리워하게 되고... 그러나 그 추억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고, 그래서 재미난 순간도 많았고,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아닐 수가 없다. 벌써 예전이야기라며 하고 있으니... 도시로..
에콰도르 독립기념일이라 금토일 연휴가 되었다. 몇 분이 모여 자동차로 코토팍시산을 가게 되었다. 끼토에서는 1시간 30분거리라 쉽게 접근 가능했다. 코토팍시산은 고도의 산 답게 다양한 날씨를 보여줬다. 예전에 여행사 가이드를 데리고 갔었다가 등반은 고산증때문에 가지 못했던 곳인데 또 한번 더 가게되어 감개무량하다. 아래 호수만 해도 3,803m인데 여기만 해도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다. 바람은 세차게 불었고 추웠다. 꼭대기 주차장이 4,500m인데 300m 오르는 것도 힘들다. 1년 더 지나고 와도 힘들다. 날씨는 얄궂어서 진눈깨비가 휘몰아쳐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눈물, 콧물 흘리며 굳이 올라간다. 현지인들도 추리닝, 담요 덮어써가며 올라간다. 꼴이 엉망이지만 최선이다. 저 대피소까지 올라가야한다..
에콰도르 있는 동안 느려터지고 한가하고, 간혹 긴장을 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긴장감을 느끼기엔 과연 몇 년 되었나... 27살에 삼성자동차 기술연구소로 출근하면서 이런 긴장감을 가진 이후 처음이지 싶다. 무엇보다도 현지인과 접촉을 해야하는 조심스러움이다.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스페인어가 나은 사람들이다. 어제 처음으로 현지인 담당자와 같이 미팅을 하는 데 또 그동안 접하지 못한 단어들이 대부분이라 반 정도만 알아들을 지경이다. 문서는 대충 파악이 되지만 이 일과 관련된 대화나 전화통화는 계속 긴장감을 가지게 하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아닌 현지에서 파티문화가 다르고 안해봤던 일이라 생소해서 그저 묻고 파악하는 방법밖에 없다. 2년동안 현지생활의 경험과 잠시 경험했던 여러 상황을 짐작..
정말 적응의 달인이다. 단원들이 북적이는 유숙소에서 내 자리를 잡았고, 첫 출근도 하루만에 심신이 안정되어 아침에도 널널하게 준비한다. 잠자는 곳이 바뀌어도 피곤에 절여 잘 잔다. 짐이 흩어져있어도 이제 잘 찾고, 내 부엌이 아니라서 대충 해먹고 있다. 매일 청바지, 점퍼만 입고 다니다가 정장으로 모드를 바꾸었다. 대충 입다가 버릴려고 챙겨온 정장 옷들은 에콰도르와서 처음으로 꺼내 입어본다. 그동안 신경쓰다보니 살이 빠져 겨우 들어간다. 출근할려고 6시 50분에 일어나 8시 30분까지 출근할려고 북적이는 Ecovia 전차를 타는 것도 왠지 익숙하다. 점심시간 12시 30분부터 2시까지... 점심먹고 나면 퇴근시간 5시까지 금방 지난다. 해지기전에 빨리 퇴근해야하는 슬픈 현실... 치안이 불안하다 하지만 ..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 지... 매일 이별만남을 하느라 정신없고, 빨래하고 깨끗히 씻고, 짐싸고, 우체국에 짐부치고.... 감기는 낫지 않은 체, 잠도 잘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나도 이렇게 이 사람들과 이별의 날이 오는 구나... 제대로 실감이 안난다. 에울랄리아가 휴가중이라 아침에 전화왔다. 정오 쯤 집 주위로 오겠다고... 그러라하고 천천히 아침에 정리하고 하는 데 갑자기 에울랄리아가 집앞에 왔다고 한다. 나가서 인사하면 끝낼 줄 알았는 데 집까지 들어왔다. 갑자기 당황하고, 먹거리 내고, 세수도 안했고, 집도 폭탄맞았는 데... 딸내미가 만든 악세서리를 골라 선물주고, 조카들도 주라고 챙겨준다. 그래서 세수 안한 얼굴에 준 귀걸이를 해보고 있다. 그리고 내 화분들, 이런 저런 물건들을 나눠 ..
이번 감기 끝물에 재채기, 콧물이 장난아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끼토의 유숙소가 먼지구덩이였는 데 알레르기 비염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오늘 여유롭게 도서관에서 농땡이 부리며 재채기 신나게 해대는 데 누가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 중년의 한국여인과 미국인 남자가 왔다. 얘기를 들어보니, 미국 텍사스쪽에서 살고 계시는 데 에콰도르를 몇번 오셔서는 퇴직 후 머무를 곳을 찾다가 꾸엔까가 좋겠다싶어 고르시면서 인터넷에서 꾸엔까, 에콰도르정보를 찾다가 내 블러그를 보셨단다. 정보가 좋아서 많이 봤다며, 꾸엔까에 집을 구하시고 미국과 갔다왔다 하실거라며 오신 김에 나를 찾아오셨다. 한국여인분은 미국교포이시면서 한국어도 가능해 이런 저런 얘기하고 아쉽게도 이번주까지 꾸엔까에 있다니까 모레 점심하자고 하신다. 그리고 이번 ..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긴 했나보다. 애들 방학하는 계절이지하고 별 생각없었는 데 햇살 쬐러 누에바성당앞에 나가보니 관광객이나 사람들이 엄청 많아진 것을 느낀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각 상점들도 본격적인 장사를 하고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해보니 여름방학, 휴가철이 다가와서 그만큼 관광인구도 늘어난 것이다. 이것을 이제서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여기도 여름방학만 6월 20일경부터 7, 8월까지 방학이다. 그러나 겨울방학은 없다. 코스타지방 학교에서 너무 더워 연말에 방학하면 씨에라에 놀러오곤 한단다. 7-8월엔 씨에라지방에서 코스타로, 12월, 1월은 코스타지방에서 씨에라로 피서를 하는 것이다. 씨에라 지방이라 이 나라는 겨울에 접어들어 더 춥다. 건기인데도 비는 일년내내 자주 내리는 것 같다. 그래..
에콰도르는 월드컵 출전을 못해도 축구열광국가답게 방송에서도 떠들썩하다. 샤키라가 공식노래를 발표해서 이 곡이 거의 배경음악이다. 여기서 더 알게된 샤키라... 그 매력에 빠져든다. 여러 버전으로 올려봅니다. 혼자서 월드컵기간을 지내야하는 외로움...ㅜ.ㅜ 여기 시간으로 아침 6시30분, 9시, 13시30분에 주로 경기하는 데 새벽에 하는 것보다 낫겠지.... 여기 사람들도 아르헨티나, 브라질팀을 좋아한다. 한국과 아르헨티나경기는 현지인들 점심시간에 모여 보는 곳에 가서 볼까 생각중이다. 혼자서 '대~한민국' 목터져라 외쳐볼까? 그래도 생방송으로 경기는 잘 해주는 편인 것 같다. 여기 시간대로는 오전에 모든 경기가 다 치뤄진다. 오전 6시30분부터 9시, 오후1시30분 타임으로 이루어진다. 축구좋아하는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