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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오지마을을 간다는 기대감에 들떠있는 데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온다. 걱정된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흐리면서 후덥지근했다.
3시 정각에 약속장소로 가니 마그넷에서 시장보고 오시고, 차가 밀려 조금 늦게 오시고...
한아울님, 은하수님, 바게트님, 부시맨님, 벼락님, 추장님, 촌닭, 그리고 나는 4시 다되어 출발했다.
차에 나눠타다보니 빵집선배님차에는 80kg 넘는 장정들만 타게되고,
은하수님차에는 가뿐한 분들만 타고...
빵집선배님은 내내 차가 안나간다고 하지만
어찌나 빨리 달리는 지...
차로 한참 밀리는 워커힐주위를 한아울선배님 덕분에
돌아가는 골목을 알아 아주 짧게 뚫고 인제를 향해 달렸다.
메뉴는 삼겹살과 야채, 반찬을 준비했건만
벼락님은 먹을 게 너무 적다며 시장을 더 보잔다.
우리차는 홍천에 들러 시장을 봤다.
닭2마리, 엄나무, 황기, 야채, 찹쌀, 자반고등어(벼락님, 좋아해요.), 술, 수박, 등등등...
다 먹을 수 있을까??
철정리 검문서에서 빠져서 인적드문 상남, 인제로 들어간다.
내린천이 보이는 강원도의 절경을 느끼며 한참 가다가 드뎌 비포장도로를 접하게 되고,
진동막국수집등 보게 되니 왜 그렇게 들뜨고 좋은 지...
넓게 닦은 비포장을 흔들거리며 한참을 가다가
또 포장도로 나오고, 또 비포장을 달린다.
이런 길을 약 40분쯤 달렸나?
어유, 멀미도 난다. 가끔 이런 곳에다 통나무집등을 짓고 민박을 하는 곳이 낯설기만 하다.
그렇게 들어오며 우리는 여기 오지에 적응하고 동화되어버린다.
드뎌 길이 끝이다싶은 곳에 꽃님이네집이 있다.
통나무집과 원두막, 원두막옆으로 흐르는 냇물... 하나의 그림같았다.
7시쯤에 도착하여 꽃님이네와 인사하고 짐풀고,
야외에다가 먹거리를 펼쳤다.
닭백숙삶고 야채씻고 밥하고, 삼겹살 굽고, 거기 숙박하고 계신 중년의 부부와
꽃님이엄마와 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불빛을 따라 몸을 날리는 벌레들, 나방들...
다행히 모기는 없었고 아주 시원한 여름밤이다.
먹거리와 술이 파할쯤에 비가 흩뿌리기 시작해서
우린 배낭과 술만 원두막으로 옮겨 자리를 잡았다.
며칠전부터 내가 하고싶었던 것...
처마로 비 떨어지는 것보며 술한잔 하는 것...
지금 딱 그 상황이 되어 나는 무엇보다도 행복했다.
8명이 자리펴고 누우면 딱 알맞은 원두막에서 우린 한참을
술잔을 기울이다가 12시쯤되어 침낭펴고 누웠다.
비가 계속 많이 와서 들이치기도해서
침낭커버를 씌우고 얼굴까지 덮으니 완벽했다.
밤새도록 비소리, 냇물소리들으며 침낭속의 뽀송뽀송함과
따뜻함을 만끽하며 푹 잤다.
아침에 비소리들으며 깼다. 큰일이네... 비는 계속 오고...
갈수있을까하며 아침을 죽을 해서 먹었다.
그러다 이왕 온것 가보자하며 서두른다.
처음부터 안가겠다던 촌닭은 나서고
추장님은 계속 침낭속에서 잔다.
아무리깨워도 위험해서 안간다단다.
벼락님과 추장님만 놔두고 우린 우중산행이라
간단히 행동식과 물만 챙겨서 나선다.
은하수님과 나는 배낭없이 허리쌕만 차고 나섰다.
이왕 다 젖을것 아무 대비안하고 그냥 맞기로 한다.
꽃님이네집을 바로 나서면 등산로 초입이 시작된다.
초입부터 보여주는 소국같은 하얀꽃밭이 펼쳐지고,
산행 내내 꽃들이 펼쳐졌는 데 이름을 알아야지 원...
버디와 이반님 생각이 많이 났다.
곰배령으로 바로 접어들어 호젓한 길을 한참 걷는다.
몇년전엔 여기 등산로까지 집한채만 있었다는 데 여러 집이 들어서있다.
예전부터 있는 집은 영화 '산딸기'에선가?
정윤희와 이대근씨가 나오던 그 집 배경과 같았다.
숲속길은 비는 안왔지만 어둑어둑했고 숲속의 특유의 풀냄새로 아주 상쾌했다.
길은 아주 잘 나있었고 운치있는 좋은 길이었다.
비때문에 속력을 좀 내어본다.
1시간 10분만에 곰배령에 오른다.
숲속을 벗어나 하늘이 열리고 키작은 야생화가 펼쳐져있다.
가스때문에 끝도 안보이고 옆도 안보이지만
비오는 분위기에 휩싸여 마냥 신나기만 하다.
또, 배낭도 안매고 얼마나 가뿐한지...ㅎㅎㅎ
그리고 합의해서 점봉산까지 가기로 한다.
작은 점봉산까지는 완만한 경사와
낮게 드리운 나무와 풀과 바위를 옆에 끼고
비가 귓속을 때리는 것을 느끼며 계속 오른다.
비 맞는 기분도 아주 좋게 느껴진다.
한아울님은 계속 더 세찬 비를 원하시지만...
계속 가스로 꼭대기가 안보이며 올라치니 드뎌 점봉산꼭대기다.
바람이 조금 불고 기념사진찍고 대간길로 내려온다.
내려오다 단목령으로 안가고 가는골로 내려오기로 한다.
그 길은 완만하고 길이 좋다.
원시림과 심마니터...
내려오는 길은 왠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비도 더 많이 내리고...
그렇게 산행을 5시간만에 끝내고 돌아와서
백숙을 다시 데펴 이제서야 먹게 된다.
꽃님이 아버지를 이제서야 뵐수있다.
어제 시내나갔다가 새벽에 오시는 바람에...
백숙과 소주잔이 또 돌고...
점심 해결하고 4시 다되어 서울로 출발했다.
오는 길은 다행히 춘천으로 해서 오는 길은 막히지 않고
비는 계속 오락가락했다.
이 비오는 날에 산행도 하고 즐겁게 놀다온걸 뿌듯하게 느끼며...
오는 길에 저녁으로 김치말이국수를 먹었다.
5시간 걸려서 동서울에 도착했다.
피곤하게 운전하신 은하수님, 빵집선배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또 빵집선배님덕분에 아주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저푸른 초원우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함께 한백년 살고시퍼라...
벼락님 덕분에 꽃님이네를 방문할 수 있어 좋았어요.
여러분도 한번 들어가보세요. www.sulpi.co.kr
그 외 한아울선배님은 장대비를 못 맞은 걸 내내 아쉬워하셨는 데
그 비로도 충분했죠? 산행에 대한 많은 가르침, 고마웠습니다.
은하수님도 몸이 완전치않았을 텐데 완등하셔서 힘드셨죠?
촌닭도 나랑 막내라고 내내 굳은 일(!)하느라 고생했고,
쿨맥스티는 모셔두고 브랜드자랑하느라 면티입고,
6개월만의 산행이라고 내내 끙끙대느라 고생했어.
부시맨님도 맛난 매실주스... 산에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틀동안 어디 무릉도원에 갔다온 기분이네요.
이 담에 무박정기산행으로 가도 좋은 코스인것 같습니다.
적극 추천!!!
즐거운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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