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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짜 : 2002.10.11. 오후10:00 ~ 2002.10.13.

2. 목적지 : 설악산 공룡능선

3. 참가자 : 네모(대장), 패블, 발자욱, 달짜, 하이디, 버디, 나뭇꾼(총7명)

4. 코스 : 설악동 - 비선대 - 천불동계곡 - 양폭대피소 - 무너미고개 - 공룡능선 - 마등령(1박) - 저항령 - 저항령계곡 - 설악동

5. 준비물 : 각자 겨울개인장비, 텐트1동, 플라이1개, 코펠2개, 가스버너3개, 차량2대


11일 밤10시 테크노마트 정문앞집결

열흘동안의 빡빡한 업무로 인해 정신없이 지내다가 네모님의 설악산번개가 떴다.
기다렸던 번개~~!

가을의 설악산은 가본적이 있는 지라 그 매력을 못 잊어 얼른 신청하고
그날부터 설악산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산행을 할수록 적어지는 행동식을 걱정반하며 약속장소인 강변역으로 갔다.
모두들 벌써 모이기 시작했고, 남군님 마중하러 아직도 푸석푸석한 얼굴로
설도님도 나와있다. 출산하고 더 이뻐지신것 같아... 부러버!

네모님이 차를 구입했을 때 나뭇꾼하고 통화하면서
차샀다고 하니 나뭇꾼 왈 "유모차?"
그 유모차를 이번에 신세 좀 져야할 것 같다.
네모님께서 손수 시장봐오셔서 모이자마자 떠날수 있었다.

패블언니 차량은 나뭇꾼이 운전하기로 하고 패블언니, 발자욱, 하이디
이렇게 4명이 탑승하고,

네모님차량은 네모님 운전에 버디, 달짜님 3명이 탑승하고
미시령으로 해서 설악동을 갔다.

가는 중에 이번 태풍으로 인해 도로가 유실되어 위험한 구간도 있고,
의외로 공사중이던 도로가 개통되어 시원한 길을 보이기도 했다.


설악동으로 들어가서 설악관광호텔 앞의 주차장에 세웠다.
차에서 잠시 두시간 눈 붙이고 4시에 출발하잔다.
차에서 불편한 자세로 자다가 모기들어와 쫓다보니 4시가 다되어
피곤한 몸으로 일어나 출발했다.

첫째날, 12일 새벽4시 출발

4시에 눈 비비며 가자니 하늘의 별은 반짝 반짝,
날씨는 그다지 춥지않아 상쾌한 출발이었다.

비선대를 거쳐 먼통이 트기 시작하면서 보이는 귀면암과 어우러진
단풍은 단풍산행의 시작을 알리기에 너무 비장했다.

병풍바위, 오련폭포가 멋있는 장관을 이루며 계단길을 계속 올랐다.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고... 제법 힘들었다.

달짜님이 오련폭포있는 왼쪽바위산이 '별길릿지'라고 한다.
제법 제 페이스를 찾을 때쯤에 벌써 양폭대피소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아침인지 먹고 있었다.

7:15 양폭대피소 (아침)

바로 코펠, 버너 꺼내서 밥과 사골국과 김치로 아침을 떼운다.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다.
커피까지 맛있게 먹고 세수하고 제법 모두가 서두르기 시작한다.

오늘 목적지가 저항령에서 잔다고 하는 데 계획대로 달성되도록
모두가 비장한 각오로 고무되었다.

천천히 볼일(?)보고 가자는 대장말을 무시하고 모두들 하나같이
출발을 서두른다.

9시 30분에 양폭대피소를 떠나 양폭, 천당폭포, 죽음의 계곡의
죽음의 계단을 계속 오르는 데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안내산악회
의 아줌마, 아저씨들의 찬사(?)를 받으며 거기에 힘입어 죽을 힘을 써서 오른다.

'젊은 아가씨들이 대단합니다.'

'저 큰 배낭에 뭐가 들었을꼬...'

'전문 산악인들인가벼..'

'젊음이 부럽습니다. 화이팅!!'

'오! 필승 코리아!!'


온갖 찬사를 받으며 줄지은 행렬옆을 지나는 무리는 우리밖에 없고
'감사합니다..^^' 하며 오르자니 중간에서 쉴수도 없고...
전문산악인(!)답게 힘차게 오르며 모두 얼굴빛이 노랗다.
천불동계곡의 멋있음으로 달래며 계속 행렬속을 오른다.

무너미고개까지 정말 죽음의 오름이었다.
어찌나 힘들던지....

10:20 무너미고개

무너미고개에 꺽어 쉬면서 그래도 목적지인 저항령의 희망을 가졌다.
행동식을 먹으며 여기까지 올라온 것을 대단해하며...

이제 능선이니 조금 낫겠지.
왠걸,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초보의 생각이었다.
공룡능선을 접어들면서 이젠 네발로 기어오르는 오름길이다.
헥헥대고 오르며 능선에 접어드니 어마어마한 장관을 보인다.

대청봉으로 해서 귀떼기골로 이르는 서북주릉이 보이고,
화채능선이 같이 내달리고 있고,
천불동계곡쪽으로 내다 볼수 있고, 무엇보다도 공룡주능의 장엄한 모습이
멋있기 보다는 질리게 만든다. 저길 어떻게 갈것인고...

11:00 공룡능선 첫 봉우리

잠시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물한잔 먹고, 올라온 만큼 또 내려간다.
각도 또한 얼마나 깍아지른 듯하며 그냥 보통능선의 오름내림이 아니었다.
몇 봉오리를 오르고 내리고....
단풍이 거의 다 들어서 곳곳마다 색깔이 다르고
봉오리쪽은 거의 다 지다시피하며 바람또한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쾌청한 날씨하며 시원한 골짜기바람이 땀을 식혀주어 쾌적한
상황에서 다닐 수 있었다.

12:50 범봉 방향 봉우리

세번째 고개째가 범봉쪽 봉우리다.
작년 정기산행에서 범봉으로 넘어와 천불동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범봉에서 쉬면서 무엇보다도 무서웠던게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1275봉의 오름길이었다.
솟아오른 바위산인데 그 사이로 떨어지는 각도길의 바위오름길...

저걸 어떻게 넘을까....
범봉에서 또 아슬아슬한 내리막을 다 까먹으며 내려갔더니...
우회길이 있었다고 하는 군요.
진작 알려주지... 지금 장난이 아닌데...
저 1275봉만 오르면 되겠지,
그러면 마등령이 보이겠지,
설마 또 이런 짓을 할려고....
마음 굳게 먹고 1275봉을 올랐다.
정말 이 공룡능선은 안본사람을 모르리라.
공룡등지느러미처럼 뾰족 뾰족하게 생겼다고 공룡능선인데
그 봉오리를 올랐다 내려갔다 다 하면서 가야하니...

그만 인사불성, 정신혼미... 하면서 올랐다.
특히 처음부터 발자욱님은 체력이 안따랐는 지 많이 힘들어했다.
힘든건 마찬가지...
버디와 정이도 힘들다고 했다.
이렇게 힘든코스였다면 이렇게 섣불리 따라나서지 않을 텐데...
최근 해본 산행중에 제일 힘든것 같다.

1:30 1275봉

또 1275봉에서 보이는 앞의 봉오리.... 기절할 것 같았다.
끝난게 아니다...

여기 이후로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무슨 기운으로 갔는 지도 모르겠다.
계속 오르락 내리락, 험한 바위길....
나한봉도 지나갔으리라.
나한봉인지 모르지만 꼭대기에서 커피파는 아저씨가 단소를 부르기도 했다.

4:30 마등령 샘터도착(1박)

겨우 공룡능선을 끝내고 정신없이 도착한 곳이 마등령 샘터쪽이다.
오늘은 무조건 여기서 자자.

날씨가 내내 걱정이 되었다.
비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비올기미는 없었고...
지쳐있고 잠자는 동안 비온다면 더 힘들어질텐데...
다행히 날씨는 좋은 것 같다.

버디와 나뭇꾼이 물뜨러 가고,
우린 모두 텐트 1동 치고, 플라이 1동 쳐놓고
밥을 할 준비하고...
결국 발자욱님은 뻣어버리고 만다.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약먹고 그대로 누웠다.
바람이 장난이 아닌 곳에서 바람막으며 밥, 된장국, 김치찌개, 햄볶음, 거기다 이슬한잔...

점심도 못 먹고 행동식으로 온 지경이라 모두 미친듯이 맛나게 먹었다.
그러나 술은 먹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서...
바람이 불어 춥기도 하고 오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8시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을 눈을 붙였을까... 바람에 날리는 플라이소리에 깨어서
걱정이 되어 나가보았다.

다행히 비는 안오고 바람은 너무 세차가 불었다.
플라이를 단단히 매어놓고, 남자들 잠자는 플라이도 다행히
온전하며 무사하단다.

꼼꼼하게 버디와 나뭇꾼이 코펠이나 쓰레기봉투는 돌로 눌러놓아
날리지않았다. 역쉬 '산무리봉사대'다웠다.
산행처음에 '노처녀봉사대'로 산에 왔다며 투덜투덜해서
눈을 부라렸더니, 산행내내 항상 웃는 얼굴로 '산무리봉사대'로
자칭하며 기쁨조, 머슴일등 해내는 버디와 정이가 얼마나 이쁜지...

여러분, 자주 봉사대를 애용해주세요..^^

다시 따뜻한 침낭속으로 들어가서 푹 편안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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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와중에 내리 써봤습니다.
또 정신없는 와중에 계속 써보겠습니다.

12일 6:00 기상

바람에 날라갈 정도였지만 꿈도 꾸고 푹~ 잘 잔것 같다.
기상소리에 일어나니 밖에 여명은 밝아있었다.
일어나 침낭 개기고 정리하고
아침은 벌써 봉사대(?)가 다 해놓고 있었다.

메뉴는 라면밥과 미역떡국, 반찬은 참치번데기볶음...
아침이지만 대단한 식욕으로 남김없이 다 해치운다.
발자욱님은 회복해서 밥을 많이 먹어 다행이다싶다.

8:00 마등령에서 출발

소주가 반넘게 남은 걸 나는 버리자고 했다. 먹을 기회없고 짐될거라고....
버디가 쏟아붓다가 맥주한컵정도만 남기고 의미심장 웃음을 띄우며 챙겨넣었다.
또 새로운 힘을 얻고 서둘러 출발할려니 8시다.
사람들이 설악동에서 마등령으로 올라와 가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우리처럼 완벽한 무장을 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우리도 저 차림이면 어제 목적지인 저항령까지 갈수있었는 데...
전문산악인이 뭔지... 한번 더 전문산악인으로 자존심을 세우고 힘을 얻고

출발!!!

완만한 마등령고개길을 조금 오르고 저항령으로 빠지니
사람이 별로 없다.
날씨는 좋은 데 능선이라 바람이 세다.
능선의 나무엔 낙엽이 다 떨어지고 겨울옷을 입고 가야지 갈수 있다.

그렇게 2시간을 갈때 쯤 저항령을 앞두고 선두그룹과 후미그룹이 엇갈려버렸다.
그 구간은 날씨도 안좋았고 아주 이상한 구간이다.
나는 바위봉우리를 우회해서 내려갔는 데, 버디가 나의 뒤를 따라오면서
바위위로 올라가는 환상을 보고 바위위로 올라섰다가 대장의 길안내를 듣고
내려와서는 내가 바위위로 올라가는 걸보고 따라 올라갔단다.

그리고 후미그룹인 정이, 발자욱님, 달짜님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는다.
길이 험한데 무슨 일이 있을까하고 불러봐도 대답이 없어,
네모님이 혼자 역으로 되돌아가봤다.
한참후에 돌아와서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후미그룹이 가던 걸 봤단다.

다른 우회길이 있었나보다하고 우리는 서둘러 갔다.

너덜지대를 한참 지나 저항령을 올라서니 바람이 세차고 멋진 장관을
잠시 느끼고 후미그룹이 걱정되어 서둘러 내려왔다.
너덜지대를 힘들게 내려가자니 황철봉중반쯤에 후미그룹이 있다.
길이 엇갈려 후미그룹나름대로 서둘러 간 것이었다.
여기서 시간을 좀 깍아먹었지...

11:20 저항령 쉼터

일단 저항령 쉼터로 내려오게 하고, 역쉬 너덜지대를 무서워하는
패블언니가 제일 늦게 내려오고...
행동식과 함께 여유있는 휴식을 가졌다.
여기서 의견을 모았다.
원래계획대로 황철봉으로 해서 내원암으로 내려갈것인지,
아님 여기 저항령계곡으로 바로 갈 것인지...

원래계획대로 할 수있을 것같았는 데 아쉽지만 너무 힘들고,
서울 올라갈 시간도 쫓기고해서 포기하고 저항령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길만 안 엇갈렸어도 계획대로 황철봉으로 갔을 것이다.

계곡길로 내려서니 바람이 없어 날씨가 포근하고 햇살이 비치면서
단풍의 진수를 볼수있었다.
그러나 내림길은 험하고 바위투성이다.

1시간쯤 내려왔을까.. 앞장서가던 정이가 "다래다!!"하며 줍는 것이다.
그러고는 하늘을 보니 다래나무에 다래가 주렁주렁이다.
모두 가방을 벗어던지고 정이는 단단한 단풍나무를 빌어 올라가서
다래덩쿨을 흔들었고, 우리모두 줍느라 정신없었다.
다래가 대추크기보다 작은 듯하면서 쪼글쪼글하게 완숙해있었다.
그것을 주워 먹어본 우리는 모두 "늬들이 다래맛을 알어?"
모두 정신없이 주워 먹다가 모으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침에 버리고 온 이슬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아쉽지만 조금 남은 이슬에다 다래를 다 채워넣었다.
제법 소주가득히 꽉 채우고 다시 배낭을 매고 가면서
이젠 땅만 보고 눈을 크게 뜨고 간다.

또 다래없나...

간혹 줏어서 허기진 배와 모지란 칼로리를 채우며 간다.
그 새콤한 맛이란.... 음~~

이젠 길이 커다란 바위계곡이다.
물이 하나도 없는 계곡 트레킹인 것이다.
무릎에 적잖은 무리를 주는 것 같고, 날씨도 덥고, 힘들고, 배고프고...

모두 물만 나오길 바라며 묵묵히 내려간다.
물이 나올만도 한데 물이 없다.

2:00 점심

드뎌 반가운 물을 찾고 라면 끓일 물을 올리고
양말벗고 발도 씻고 세수도 하고...
먼저 짜파게티가 완성이 되면서 모두 미친듯이 달겨들었다.
그렇게 만난 짜파게티맛이란...
김치찌개라면밥이 완성이 되고, 또 라면 끊이고.
그리고 반주로 생다래주!!
버디가 내려오면서 술을 주조과정이라며 흔들어서 진득한 다래주가 되었다.

"늬들이 다래주맛을 알어???"
환상이었다. 너무 양이 적어서 치열한 경쟁이었다.
건더기만 남은 다래의 맛도 정말 일품인데 모두 잘 안먹는다.
그래서 내가 다 먹어버렸다..... 끄윽~~!

그렇게 맛난 점심식사와 휴식을 끝내고 3시 20분에 다시 출발이다.
계속 계곡트레킹을 하며 내려갔다.
난 거의 술힘으로 힘들지않게 내려간것 같다.
모두들 마지막 체력의 피치를 올리고 있다.

설악동에 도착하니 4시 30분이었다.

첫날 산행시간이 12시간이었고, 둘째날 산행시간이 9시간이었다.
정말 처음으로 힘든 산행을 했던것같다.
그렇지만 멋진 장관과 단풍, 가기 힘든 코스를 완주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또, 계획대로 못 했던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다 할수 있을 것 같았는 데....

서울 올라오는 길은 안막히는 길을 찾아가서 그런지 몰라도 안밀리고
저녁먹고 서울 도착하니 12시였다.
가뿐하게 끝낸 설악산 단풍놀이였다.
피곤한 와중에 운전하신 네모님, 정이 수고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봉사대의 기쁨조역할이 제일 힘이 됐던것 같다. 이쁜것들...

힘든 산행이었던 만큼 멋있는 광경의 공룡능선... 오래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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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무는 완전히 접어두고 후기를 썼습니다.
후기는 이렇게 감흥이 남아있을 때 써지더라구요.
닭대가리인지 벌써 그 고생 다 잊고 또 떠나고 싶어요.
아쉬운건 이번에 아무도 카메라를 못챙겨서
아름다운 설악산을 못 담아온것이 제일 아쉽습니다.

다음주가 설악산의 단풍이 제일 절정일 것 같습니다.
단풍지기전에 또 떠나야죠??

별로 글솜씨도 없이 정신없이 썼습니다.
엉성하지만 재미있게 봐 주시고,
담에 공룡능선 가신다면 마음 단단히 먹고 도전하십시요.

감사합니다.



가을바람난 하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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