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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3. 07. 12. 오후10시 - 2003. 07. 13.
참가자 : basecamp, vagabond, 푸모리, NAVAJO, 낀께이드, 하이디, 오딜리아, 천일야화


6월의 울산바위에 이어 7월의 천화대 석주길을 계획하고 여러 변경끝에
토요일 저녁에 모였다.

무박산행이라 걱정을 하며 집에서 푹 쉬다가 나올려고 했지만
어린애같이 기대감에 잠도 안온다.

날씨를 걱정하며 비오는 가운데 약속장소에 모이니 오기로 하셨던
캡선배님이 일이 있어 못오시고 천일이가 오기로 했단다.
벼락선배님이 환송나오셔서 화이팅을 해주셨다.

그렇게 10시 20분에 출발해서 설악산 속초로 향하는 데, 강원도 접어들면서는 비온 흔적이
없어 마음 놓이며 계속 날씨가 신경쓰이게 만든다.

새벽2시정도 되어 미시령넘어서 한아울선배님과 전화통화해서 만났다.
야식겸 아침(?)을 매식하면서 같이 합류하기로 하신 한아울선배님이
참가못하시게 되었다며 굳이 저희 팀을 만나러 나오셔서
문어회와 통오징어를 준비해오셔서 맛있고 푸짐하게 먹었다.

그렇게 먹고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단 설악동에 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설악동에 3시에 도착해서
차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지만 불편한 자세에서 잠이 도통 오질 않는다.

비는 일단 그치고 4시 30분에 설악동을 출발해서 먼동이 터올쯤 비선대에 도착한다.
비선대에서 베이스캠프님이 며칠간 조깅을 했더니 다리가 아프시다며
등반가 힘들겠다고 하신다.

걱정도 되고 많이 아쉽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선두 못지않게 믿고 가르쳐주시는 선배님인데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어떡하랴... 거기서 헤어져 천불동계곡 들어서자마자 설악골로 접어드는 데
캠프선배님이 뒤따라 오셔서 합류하셨다.
아무래도 그냥 돌아가는 게 아까워서 오셨다는 데 파스냄새가 진동해서 안타깝고 얼마나 반가운지...
다시 신나게 설악골 계곡을 따라 가는 데 잠도 못자고 가자니 힘이 많이 들었다.
'석주'라고 바위에 새겨진 방향을 확인하고 올라치가다 잠시 길을 잊어버려
푸모리선배와 캠프선배님이 길을 찾아서 15분정도 올라쳤다.

암릉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잠시 릿지로 바위를 오르면서
에델바이스를 보고 얼마나 반가워 했는 지...
그러나 석주길을 가다보면 에델바이스를 지겹도록 보았고, 이름모를 꽃들이 바위틈에서
얼마나 이쁘게 피었던지 인적이 드문곳이라고 느꼈다.

조금 오르다가 모두 한자일에 드문 드문 묶어서 확보하고 가는 안자일렌을 하고
서로 봐주며 조심스레 릿지로 오르다보니 안개가 바람에 걷히면서
우리 등뒤의 설악골을 보여줬다 또 가렸다가 하며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바위오르는 길은 간혹 확보보는 것 외엔 릿지로 오른다.
간혹 힘든코스는 시간상 우회를 하며 돌아가기도 했다.
해는 나지 않아 무덥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기도 하고
제법 올라 12시쯤에 점심을 먹기 위해 정상 희야봉 막바지까지 올랐다.

거기서 잠시 하네스 풀고 점심겸 쉬기로 하며 바위에 앉아 탁 틔인 눈밑을 보니
운무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바람이 잠시 운무를 걷혀서 암릉을 보여주다가 또 아무것도 안보이게 덮혔다하며
장난치더니 갑자기 운무가 바람에 휘돌아 걷히면서 엄청난 장관을 보여준다.
가운데 흑범길이 이어진 천화대릿지길이 전체 보이면서 중간 왕관봉이 뚜렷이 보이고,
염라길이 뾰족 솟았고 화채능선, 잣은 바위골....
차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고 하늘에서 바라보는 내설악의 장관이었다.

한참을 보이고는 또 운무로 가려버렸다.
뒤늦게 올라온 사람들을 위하여 장난처럼 조금씩 보여주기도 하며 가렸다.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막바지 희야봉 능선의 유명한 날등의 나이프 리지를 하며
아슬 아슬 지나기도 하고 얼마안가니 정상인 희야봉이라고 한다.
정상에 오니 빨리 끝낸것이 아쉽기도 하고 더이상 어려운 코스가 없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한다.

정상에서는 날씨가 화창하게 햇빛나면서 내설악을 장관을 다 보일뿐만 아니라
멀리 속초바다까지 보인다.
웅장한 울산바위부터 해서 노적봉, 뒤로는 깍아지른 듯한 범봉과 공룡능선의 한부분...

그 장관은 정말 마음에 담아두기에도 벅차다.
이 순간만은 어느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이 맛에 설악을 또 찾으리라...

 

사진을 좀 찍고 하강은 한피치로 끝내면서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하강은 알면 알수록 무섭다. 거의 다 내려온 지점에서 석주길 동판을 보게 된다.
하강을 2시에 끝내고 설악골까지 내려가는 길도 조금 너덜지대면서 위험하기 그지없다.
계곡을 만나면서 조금 나아진 길을 지친 몸을 이끌고 내려오는 데 어찌나 멀게만 느껴지는지..
모두 지쳐서 그러리라...

비선대에 도착하자 대장님이 캔맥주를 쏜다.
안전하고 완주한 산행을 축하하며 한캔씩 마시니 바로 온몸으로 스며들어
주차장까지 오는 길은 제일 힘들다.

그렇게 12시간 산행을 마치고 그 몸들을 이끌고 속초 중앙시장에 가서
회를 먹고 서울로 오는 길엔 모두 뻗어버렸다.

낀께이드선배와 나바호선배께서 희생하셔서 운전을 번갈아가며 하시고
서울오니 1시 10분...

석주길이 사람들로 밀릴것 같아 일찍 서둘렀는 데 의외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고
설악 전체가 조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동안 이 행복감에 살수 있을 것 같네요.
설악산의 장관을 차마 글로 표현 못할 것 같고 표현하는 것이 모독일것 같아
후기를 안쓸려고 했는 데 그냥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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