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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3. 06. 05. 22시 - 2003. 06. 08.
참가자 : 푸모리, basecamp, NAVAJO, 낀께이드, 달짜, 하이디, vagabond(6일 솔로하강)
산무리 등산학교를 졸업할때 울산바위릿지 얘기가 나왔다.
푸모리선배가 쉽다고 가자고 하는 데 나도 솔깃한 얘기이다.
울산바위는 워킹으로는 갈수없는 곳이라 좋은 기회였다.
간다고 올려놓고는 내내 걱정이다.
울산바위의 나드리길은 1박2일이 걸리는 구간이라 배낭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비박준비에 식수도 없어 식수까지 짊어지고 가야하니...
5일 저녁에 낀께이드님 스타렉스차량이 수지를 출발하며 나바호선배를 태우고 다음 나를 태우고
동서울터미널까지 가니 9시였고 거기서 장을 본 푸모리선배를 만났다.
우리팀은 10시까지 다 왔는 데 설악산 워킹팀은 보이질 않는다.
가는 길이 같아서 같이 가며 차를 설악동까지 가지고 가달라고 해서
좀 기다렸다가 은하수님차량에 네모설도님하고 먼저 미시령을 향해 달린다.
미시령에서 설악산 워킹팀은 출발점이 시작되고 워킹팀의 차 두대를 몰고
우린 설악동으로 들어가니 2시가 되었다.
각자 편한 차안으로 들어가 잠시 눈붙이고 4시 넘어서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니
벌써 먼동이 트기 시작해서 어둡지가 않다.
대충 칼국수와 만두, 햇반, 김치를 곁들여 먹고 커피한잔 마시고 짐을 챙긴다.
가지고 온 짐중에서도 산행시엔 필요없는 것을 다시 빼고 각자 할당된부식을 챙기고
생수2리터는 당연히 하나씩 들어가니 그래도 장난아니다.
나의 암벽산행으로는 국내원정 처음인데 설레이고 흥분감에 들떠서
힘들지 않게 출발한다.
새벽 5시 30분에 울산바위를 향해 출발해서 1시간 10분만에 울산바위 시작되는 지옥의 문에 도착한다.
울산바위는 바위봉우리를 하나씩 나누어 P24로 나뉘는 데 나드리길은 릿지수준으로 쉽게
봉우리를 돌아가게 한 코스이고 그 외 "돌잔치길", "하나되는길"이 있는 데 이길은 암벽등반수준이다.
P1에서 시작되는 지점에서 모두 하네스차고 장비점검하고 신발끈을 조이며
드뎌 울산바위를 오르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준비를 한다.
벌써 암벽하는 팀도 제법있고 아는 사람도 만나고 최선이도 만났다.
최선이는 암벽한다고 한다. 조심해라....
P1지점을 통과하고 P2지점 시작되는 곳은 바위길 숲길로 한참 올라서야할 것 같다.
그런데 바위가 부서져 무너져 내려있는 곳을 올라야하는 데 만지거나 디디면
바스라져서 모래가 되어버리는 곳이다.
전혀 고도감이나 슬랩도 아닌 오름이라서 푸모리선배와 본드선배가 낑낑대고 가시길래
나도 바로 따라붙어봤는 데 손으로 잡을 곳도 없다. 다 부서져서...
한번 쭉- 미끄러졌다가 다시 차분히 디디고 오르는 데 밑에서 안되겠다며 줄깔라고 하신다.
어... 난 기다리기엔 디딘 곳이 시원찮고 자꾸 미끄러져내린다.
아니나 다를까 쭉- 미끄러지기 시작하더니 한참을 미끄러진다.
미끄러질때도 이 자세면 잘 미끄러진거겠지하고 느꼈던 것 같다.
4미터정도 다 미끄러지는 지점에서 캠프선배가 안정적으로 잡아주셨다.
"괜찮아요..." 말짱하다고 느끼고 일어나니 손에 좀 까이고 피가 묻어있어
다시 살펴보니 왼쪽 종아리측면에 찰과상을 입고 피가 스며나오고 있다.
좀 스라리고 아파서 연고바르고 옷털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줄깔아서 다시 올라서고 아래를 쳐다보니 운무가 자욱하게 깔려있고
우린 그 위에 우뚝선 바위위에 앉아있는 기분도 좋다.
쓰라린 상처를 외면하고 용기백배해서 나설려는 데 선배님들이
한번 추락당하면 의기소침해져서 겁먹거나 힘이 들수도 있으니 침착하라고 하시고
그때부터 나를 보호해주시는 걸 보니 괜히 나도 겁먹기 시작한다.
계속 앞길은 동굴속으로 들어가서 몸만 겨우 빠져나오며 배낭은 따로 들어올리고,
등반, 하산, 암벽등반, 하강, 동굴, 배남홀딩올리기....
계속 반복을 하며 바위봉우리를 올랐다 내려갔다...
P4 곰바위에 도착하니 11시이고 배가 고파 점심을 먹기로 한다.
점심이래야 행동식과 식빵에 드레싱발라서 먹는 거다.
곰바위에서 하강하니 전망대 철계단이 있고 슬리퍼신고 관광온
사람들이 우릴 이상하게 보고 있다.
한참 철계단을 오르며 쉬면서 본드선배는 혼자 탈출해서 서울올라가시기로 한다.
회사일, 가정사때문에 할수없다며 많이 아쉬워하며 더 붙잡지도 못하고
보내고 다시 1시쯤에 우린 전망대에서 하강한다.
내가 마음 차분하게 다시 다져서 힘을 얻을려는 데
이번엔 낀께이드님이 지쳐하시는 것 보니 나도 또 힘빠진다.
어떻게든 P14인 누운바위밑의 야영지까지 가야한다.
푸모리선배가 선등하시며 확보보고, 배낭 끌어올리고 자세봐주고, 자일설치하고,
내가 두번째순서로 겨우 한 몸 추스리고,
달짜언니 바로 뒤 올라오며 자일 추스리거나 확보봐주고,
낀께이드님은 배낭이 조금 적다는 이유로 내내 자일매고 가시거나 자일풀고, 감고....,
나바호선배님은 그 큰배낭과 긴다리고 성큼성큼 해내시며 자질구레한 일 다 봐주시고,
캠프선배님은 후등자이셨다가 선등하셨다 오르락 내리락하시며 모든 굳은 노가다 하시고 안전확보보시느라
제일 고생많이 하시지않으셨나합니다.
나드리길이 아니고 노가다길이라고 저희팀은 결정을 지었죠.ㅎㅎ
한 고비 넘기면 또 어떤길이 나타날까하며 막막해하며 가면 또 막막한 오름이나 하강...
계속 반복을 하며 여러 바위경험을 하게 된다.
배도 고프고 잠도 못자 지치고, 상처들도 있고...
P12정도에 왔을때 조금 어둑해지며 5시 10분을 가르키고 있고
멋진 비박지가 있었다.
모두 의견을 모아 오늘은 여기서 비박하기로 했다.
피곤에 지쳐 짐을 풀려고 하니 비가 한두방울 떨어진다.
큰일이다. 날씨로 봐서는 계속 올 비는 아닌것 같고 비 피할곳은 없고...
누운바위밑엔 비를 피할수 있다는 데 또 가야하나?
그래도 개기기로 한다. 후라이를 대충 치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우린 그 비를 모아 2리터패트병에 두병 채우니 비가 거짓말같이 그치고
골짜기 바람이 세게 불어대기 시작한다.
빗물의 색깔은 양호했고 송화가루가 둥둥 떠있는 것이 약수라고 칭했다.ㅎㅎ
점심은 빵과 행동식으로 떼우고 저녁은 족발과 칼국수, 만두, 그리고 이슬...
이슬팩을 9개가지고 와서 다 비우니 적지않게 섭섭했다.
아직도 깜깜하지 않은 날이고...
그때 꺼내시는 캠프선배의 비상약(?).... 역쉬....
다 비우고 나니 8시 30분....
내다보이는 정경은 저항령능선과 멀리 중청, 대청.....
바람이 휭휭 부는 가운데 비박준비해서 누웠다.
그 바람속에서도 바로 잠에 골아떨어져서 자다가 한번 눈떠서 하늘보면
별이 반짝 반짝... 또 자다가 눈뜨면 별이 없고,
바람도 일었다가, 잠잠했다가, 누가 일어나 볼일보러가는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자는 사람...
아까운 물 저렇게 자꾸 마시면 안되는 데...ㅎㅎㅎ
설악산울산바위에서 멋진 비박을 하다....
to be continued....
이슬도 안내리고 포송포송하고 개운한 가운데 아침먼동이 틀쯤에 일어난다.
비박에 아주 만족하며 짐을 챙기고 아침으로는 스프, 만두, 빵, 커피로 끝내고
출발은 7시 30분쯤에 시작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발도 안디뎌지고 힘겹다.
오늘도 장난이 아니구나.
어제보다 코스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물의 양에 따라 오늘 가는 일정이 잡힐 것 같은 데
좀 넉넉한 편이라 끝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다진다.
아슬아슬한 구간이 많아 릿지가 새삼 무섭다는 생각이 들고,
배낭무게가 무거워 내 몸을 못가누는 때에는 완전 겁을 먹어
쉬운 코스도 못가게 되고 자세도 안나오고 긁힐데로 다 긁히고,
배낭을 벗어 올려달라는 경우도 있고,
암벽등반을 할 수있는 곳도 시간단축상 등반기로 등반하고,
날씨는 더워 계속 아껴먹어야되는 물만 먹히고....
하강도 길이 왜그렇게 지랄같은 지...
점심이라고 먹을것도 없어 나바호선배의 시레이션하나로 모두 돌린다.
낀께이드님은 굶는 게 자연스럽다고 하신다.
앞으로 굶는 것에 대해서 겁이 안나신다며...ㅎㅎㅎ
난 먹는 것도 별로 안먹히고 그저 물만 먹고싶을 뿐이다.
오늘 코스는 푸모리선배도 길이 기억이 없다고 하신다.
잘못 찾아들어 다시 BACK하는 경우도 있고,
쉬운길은 어렵게 찾으시며 혼자 버벅거리실때도 있고,
돌잔치길, 하나되는 길로 가는 게 더 쉬운 코스도 있고...
P22쯤에서 바로 산행접고 탈출해야지하다가 얼떨결에 P23지점까지 다 가서
드뎌 땅을 밝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의외로 많이 걸려 6시쯤에 하강하기 시작한다.
하네스벗고 장비챙겨넣으니 얼마나 가뿐하고 뿌듯하던지...
조금 가니 반가운 계곡이 나와 그동안 굶었던 배에 물로 채운다.
흔들바위를 지나 마지막휴게소에 오니 7시가 다되었는 데
이젠 배가 고파 난 못가겠다.
휴게소에서 그 맛난 맥주와 국수...
그 맛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맛이리라....
설악동에서 다시 차를 타고 속초 아바이마을로 갔다.
푸모리선배가 아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차를 주차시키고
갯배라고 줄로 당겨서 가는 배를 타고 민박집에 가서 먼저 개운하게 씻고
자연산 회라고 밖에 안보이는 푸짐한 생선회와 이슬을 보니
모두 행복에 겨운 얼굴들을 하고 있다.
산행마감을 하며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며 이슬은 어느새 비워가고...
다음날 7시 넘어서 캠프선배님이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달짜언니, 나, 캠프선배는 마을을 산책하러 나가니
드라마'가을동화' 찍은 가게와 아바이순대집이 나와서
식전에 아바이순대 맛을 보고 마을한바퀴를 돌고
바다모래사장도 거닐어보고....
들어와서 모두 깨워서 아침을 먹으며 해장술 한잔...
10시 30분에 나와서 차를 타고 미시령으로 넘어갔다.
미시령넘어가며 보이는 울산바위는 새삼 더 웅장하고 커보였다.
이제 저 바위를 보며 항상 그러겠지.
내가 릿지로 다녀왔다고...
가문의 영광으로 돌릴란다. 그리고 두번은 가기 힘든 바위리라...ㅠ.ㅠ
용대리쯤 오는 길에 계곡이 너무 좋아 차를 세워
또 순대에다 이슬을 곁들여 나무그늘에 앉아 망중한을 즐겼다.
연휴의 여유가 있으니 내키는 대로 다 해본다.ㅎㅎㅎ
이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리라...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 차를 출발시켜 오는 중에 점심먹고
서울 들어서니 8시30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힘들고 무거운 배낭 때문에 자세는 커녕
살아돌아온것에 만족하고 상처 때문에 힘들었던 산행이었다.
체력의 한계를 많이 느꼈지만 힘든만큼 뿌듯한 산행이었지 않았나싶다.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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