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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날씨는 매일 천둥치고 소나기 내린다.
밤에도 오는 경우가 많아 안개끼고 춥고.. 그래서 하루 이틀 이러다 말겠지 하던 것이
한달동안 내내 그러면서 어느새 이런 저런 이유로 기분이 또 다운된다.

조금 기분이 다운되고, 비도 와서 움츠려지고, 사무실 일은 매일 긴장속에 지나고..
어제인 월요일이라서 정신없다.
퇴근하는데, 야옹이 밥을 사서 조금 늦게 집에 도착하니
경비원이 묻는다.
'너 고양이 있어?'
'응, 무슨 일이야?'
'고양이가 창문으로 떨어졌어?'
'뭐? 그래서 죽었어?'
'아니, 옆집 미용실에 있어.'
하고 데리고 가는 데 드디어 일이 일어났구나.

집에 창문을 항상 열어두는 데, 야옹이가 잘 나다니기도 한다.
떨어질수도 있는 데, 그동안 안 떨어지길래, 나의 안전불감증이 드디어 일을 만든 것이다.
사람이 왜이리 어리석단 말인가? 당해봐야 아나?
나의 큰 단점중에 하나는 안전불감증이다.
그만큼 겁도 없고, 그동안 당한 적도, 일어난 적도 없었던 것이다.

미용실에 들어가니, 상자속에 고양이가 웅크려 숨어있다.
내가 들어올리니, 피가 흥건한 곳이 몇 군데 되고, 난 혹 뼈라도 부러졌나 걱정스러워
안아봤다. 미용실의 천장이 곳곳에 유리로 되어있는 데, 거기 한 유리가 박살이 나있었다.
'미안해, 내 잘못이야. 내가 보상할께. 내일 견적서 줘.'
하니 모두가 한결같이 걱정하고 있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수건으로 야옹이를 싸줘서 난 야옹이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갔다.
안그래도 소극적인 애가 아프면서도 걸어가는 동안 나갈려고 난리다.
눈을 가리고, 꼭 안고 병원가서 의사에게 맞겼다.
x 레이찍고, 상처꿰매고, 피검사 할테니 입원시키란다.
220달러 정도 나오는 데, 60%는 지불해야한다고 한다.
카드로 지불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너무 아팠다.
얼마나 아팠고 무서웠을까? 미용실에서 떨어져도 소극적인 얘는 어디 구석이든
도망갔을 텐데, 상자에 담겨져 있는 것 보면 아파서 놀래서 움직이지도 못했나보다.
집에 가서 경건하게 반성하고 슬퍼했다.

다음날 일어나 다른때와 여념없이 일찍 나섰다.
최근엔 사무실까지 걸어다닌다.
이어폰으로 음악들으며, 내가 가는 길의 건널목은 항상 살피며 걷는다.
오늘도 대로(기껏 6차선)에서 건너는 데, 초록신호등이었고, 8초가 남았길래,
뛸까 말까하는 데 갑자기 뭔가 부딪혔다.
경찰오토바이인데 '언제 튀어나왔어'하며 생각하며 다리를 부딪히고 넘어졌다.
순간 아파서 엎드려 있다가 일어서서 안전지대로 옮기며 보니
경찰오토바이는 온데간데 없고, 길 건너는 사람, 에코비아(전차) 기사부터 사람들,
에코비아에서 내린 사람들, 신호로 대기중인 차들이 모두 보고 있고
현지인이 와서 괜찮냐? 잡아줄까? 하고 있다.
기가 안찬다. 어떻게 경찰이 도망갈 수 있을까?
자기가 모르게 내가 끝에 부딪힌 것도 아닌데...

가만보니 어디 부러진 것 같진 않고, 부딪히고 넘어지며 상처 등 멍이 든 것 같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사실 이런 작은 사고도 처음이다.
집에 다시 돌아가서 파스 붙이고, 상처엔 가제 바르고 다시 출근했다.
근육통증으로 걷기 힘들어 당연히 에코비아타고 출근하는 데
서럽고 화가 나 죽겠다. 
절둑거리며 사무실에 도착하니 현지동료가 인사하길래 울어버렸다.
울면서 설명했다. 
'어제는 내 야옹이가 떨어져서 다쳐서 지금 병원에 있고,
오늘 아침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경찰이 그러고 도망가는 게 난 이해가 안간다'
'병원 안가도 되냐? 약 사다줄까?'하며 달래는 데 더 서럽다. 
다른 동료가 오더니, 놀라며 얘기듣고 바로 ecu-911에 신고한다.
그리고 바로 경찰이 방문해서 얘기를 다 듣고 조사하고, 
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병원비는 이 나라의 보험으로 처리한다고 하길래
안가도 될 것 같지만 일어나본다. 
병원가니 괜찮다고 한다. 근육에 초음파까지 해봤다.
그리고 씨씨티비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한다.

그렇게 난리를 부리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정신 나간 듯하다.
야옹이가 걱정되어 병원에 전화하니 다행히 괜찮아 지고, 
많이 놀란것같다며, 뼈나 다른 곳은 문제가 없어서 이틀 정도 더 입원시키면 
될 것같다고 한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렇게 믿자.
나에게 정신차리라고 이런 일이 일어났을 거다.

나도 이렇게 건사하기 힘든데, 하나 키우는 야옹이도 못키워 이 난리니.
어렵다. 무엇이든 어렵다. 세상에서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야옹이 입원 이틀 시키고 있으니,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야옹이가 아무것도 안먹고 있으니 데리고 가는 것이 좋겠단다.
얼굴보니 힘도 없지만 얼빠진 모습이다.
병원이 결코 편한 곳은 아니었겠지.
집에 가는 동안은 얌전하다. 아프다는 소리도 안한다.
집에 도착하니 아는 곳인지 움직이고 반가워한다.
먼저, 소변을 이렇게 시원하게 눈다.
 

상처가 7군데나 된다.
유리가 박살나면서 더 상처를 입은 듯하다.
만지면 아프다고 물고 앙앙하지만 자꾸 머리를 나에게 들이밀고 기댄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픈동안은 상전으로 대해준다.
잘 안먹는 다. 아픈지 신음소리를 내고 신경질적이다.
이 참에 성격까지 변할려나..

뒷 목이 제일 심한 부위였다.
그래도 절둑거리며 다닐 곳을 다 다닌다.

잠도 제대로 못 잤는 지, 내 무릎에서 자다가 그대로 침대에 누이니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눕는다.
이렇게 밖에 못 눕고 있다. 반대쪽으로 누웠더니 아프다고 앙앙 거린다.

완전 애기다.
그래도 할 건 다한다. 움직이기도 하고, 지가 편한 곳에 가서 눕는다.
먹을 것을 간혹 먹이지만 덤벼들고 먹진 않는다.

아침엔 저 붕대를 빼버렸고, 상처를 핧고 있어서 걱정이지만
잘 먹고 잘 자면 나으리라.

너와 나의 공통점은 하나 있네.
구르고 부딪혀도 까딱없는 튼튼한 신체...ㅎㅎ
참자.. 곧 지나갈거야.... 이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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