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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5.01.14. - 01.17(하루 over)
참가자 : 대장 NAVAJO, 네모, 오딜리아, 하이디(총4명)
원래 계획 : 용대리 - 백담산장(산장취침)- 작은귀때기골 - (3단와폭) - 귀때기청봉(1577m) - 큰귀때기골 - (쉰길폭포:야영)-                     백담산장
** 눈이 없다는 소식을 접한뒤 계획을 일단 잡음
실제산행 : 용대리 - 백담산장(산장취침) - 작은귀때기골 - 3단와폭(3단와폭바로위의 어정쩡한장소 골라 야영) -
작은귀때기골하산 - 백담산장취침 - 눈치우기삽질 - 귀가

항상 나선배가 벼뤄오던 귀때기골...
겨울에 한번 나서보자고 해서 우려하는 마음이지만 지원해본다.
결국 인원이 조성되고 완벽한 야영준비와 얼어있을 폭포에 대한 벨트, 하강기, 보조자일,
그리고 텐트까지 준비해서 금요일 밤, 파타고니아선배의 돌잔치에 모였다.
덕분의 여러분의 환송을 받으며, 눈치껏 돌잔치의 음식을 퍼담으면서도 소심한 마음에 많이 담지못했다.
토요일 아침부터 눈온다는 소식을 접하며 눈구경만 하도 오면 좋겠다는 생각과
눈덕분에 안 갈수도 있겠지라는 안도로 갔다.
새벽1시에 용대리 주차장에 차세우고 모두 뗏짐매고 그 지겨운 백담산장까지 걸었다.
아.. 이 길부터 지친다...
2시 50분에 백담산장에 도착해서 돌잔치에서 싸온 음식 다 꺼내먹고 술한잔 걸치고
3시에 자는 데 우린 온돌방에서 뜨듯하게 잘 잤는 데, 나선배는 왠 alpine스타일인지 냉방에서 잔다.

담날 7시 40분쯤 기상해서 밖을 보니 왠걸... 산엔 눈이 하나도 없고 날씨만 청명할 뿐이다.
기상청의 날씨가 이렇게 안맞다니...
우린 서둘러 아침 떡국해먹고 9시 20분에 나섰다.
여유로운 산행 되겠지... 갈 수 있는 데 까지 가다가 야영하고 어디서든 내려오면 되겠지..
계곡의 물은 거의 얼어있다.
정말이지 계곡길을 계속 오른는 길이었다.
계곡은 작지 않고 험하지 않아 오르기 좋았다.
날씨는 -8도 되어도 바람이 안부니 날씨는 좋았다.

11시 40분쯤되어 자리잡고 짬뽕볶음면이라고 가져왔는 데 짬뽕이 되어버렸지만
좀 적은 듯 했지만 그래도 무난하다 생각하고 또 올랐다.
오르며 뒤돌아본 계곡능선들은 무슨 성같기도 하고 소나무와 멋지게 어울어져있었다.
계곡이 갈수록 고도가 높고 힘들다. 으샤하며 한발 한발 올렸다.
그렇게 오르니 점차 귀때기골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3시 다되어 드뎌 3단와폭 아래까지 왔다.

와폭은 3-4미터 높이의 폭포가 3단으로 넓게 이루어져 그 길로밖에 갈 수없었다.
대장인 나바호선배는 크램폰과 피켈로 먼저 오른다.
우리도 옆의 바위로 겨우해서 1단을 올랐다.
4발아이젠을 한 우리는 2단폭포에서는 어림도 없어 중심잡고 서있기도 불안했다.
그래서 줄깔기로 하고 나바호선배가 크램폰과 피켈로 오르다가 워낙 강빙이라
크램폰으로도 힘드신가보다.
겨우 올라 줄내려서 주마로 우리 오르지만 미끄러지기도 하고 해서 겨우 올랐다.
3단에서 바위로 오를려다가 겁먹고 또 줄내려서 겨우 오르니
폭포에서 2시간을 잡아먹고 여기선 거의 결빙된 계곡을 오르는 구간이라
옆의 잡목을 헤치며 길도 아닌 길을 가려니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여길 왜 왔을까... 콧물, 눈물 빨어먹어가며...

그러다가 4시 30분이 다 되어 야영지를 찾아야겠고, 적당한 곳은 없어 그나마 좁겠지만 자리를 정한다.
텐트치고 추워서 모닥불 피우고 저녁을 제육볶음으로 하며 밥을 볶아보지만 모두 아쉬운 듯...
항상 음식이 많아 고생했던 터라 조금 줄였더니 섭섭해 하신듯하다.. 특히 네모선배...
그리고 추워서 밖에 있을 수 없어 간단한 음주를 가미해서 눈내리기 시작하는 8시를 확인하며
텐트속에 들어가지만 음주도 많이 못하겠고 내내 먹는 게 아쉬워하며 네모선배와 나는 졸기만 한다.
눈은 점차 계속오고 텐트자리는 눈이 있던 곳을 펴서 앉았더니 한쪽이 자꾸 가라앉는다.
시간이 갈수록 자꾸 기울어지고 눈은 와서 텐트는 내려앉고,
자리가 좁아 제대로 펴고 앉기조차 못해 침낭만 어설프게 덮고 눕자니 내 코앞에 텐트지붕이 서서히 내려앉아
도저히 숨막혀 폐쇄증으로 있을 수가 없다.
나선배도 장비와 씨름하다가 짜증을 내시며 차라리 나가서 비박하겠다고 하신다.
장비 빵빵하시니까 그냥 내버려두고, 다시 텐트밑에 배낭 등 넣어 자리 편편하게 만들고
침낭에 침낭커버씌우고 정상적으로 3명이 자니 그런데로 잘만했는 데
오딜리아는 꺼지는 그곳에 자리잡고 누워 밤새 불편해서 잠을 못 잤다고 한다.
다행히 나의 장비로는 춥지않게 잤다. 추운 사람은 없는 듯...

자다가 문득문득 깨어 눈으로 처진 텐트의 지붕을 쳐주며 자다가 7시 넘어 일어나 밖을 보니
어제의 흔적들은 하나도 없고 텐트높이의 반을 눈이 덮여있다.
비박하는 나선배 걱정되어 보니 선배의 비박 매트리스자리만 빼고 눈담으로 갇혀있었다.
눈이 이불처럼 덮고 잤으니 그 장비에서도 추웠다고 하신다.
눈 안오는 어제 계획으로는 여기서 야영하게 되었으니 오늘은 귀때기청봉 갔다가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걸로 계획했는 데, 눈이 엄청 왔으니 다시 빽해서 내려가는 길 밖에 없었다.
눈 오는 와중에 끓여먹기가 힘들어 빵으로 대충 떼우고 장비챙기기 시작했다.
챙기다 보니 텐트 나머지 폴대와 나선배의 소중한 씨에라컵과 나의 손난로가 파묻혀 찾을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눈이 묻어 꽁꽁언 장비들 챙겨들고,
아이젠하고 스패츠차고 오버바지있는 사람들은 그것 입고 장갑끼고 모자쓰고, 눈속을 러쎌해서 걷기 시작했다.

처음 맞닿은 곳이 어제는 꽁꽁 언 계곡이라, 피해왔던 그 곳을 아주 신나게 미끄러지거나 걷다가
3단와폭은 아주 쉽게 미끄려져내려와 금방 내려왔다는 억울함과 쾌감이 교차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봉분처럼 이쁘게 높게 쌓인 계곡을 보며 어제 완만했던 계곡바위는 상상 할 수가 없었다.
계곡에는 눈이 보통 1미터는 왔고 바위사이 골에는 허리까지 아니면 목까지 차 올랐다.
거기 눈을 러쎌하며 헤엄쳐 나와야하니...
네모선배, 오딜, 하이디, 나선배 순서대로 교대하며 러셀하기 시작했다.
여자라고 가차없었다, 물론 더 오래하시는 분들은 남자들이다.
우리가 지나왔던, 기억하는 장소를 찾느라 아무리 찾았지만 눈때문에 아예 다른 세상을 만들어놓아버렸다.
조금 내려와 11시쯤에 간단히 떡국을 끊여먹었다.
나중의 혹시나하는 상황에서 음식배분을 했지만 배분 할 행동식이 없었다.
겨우 먹은 듯 만 듯 먹고 또 눈속을 헤엄쳤다.
눈에 헤엄치느라 헥헥대고 있는 데 작은새 한마리는 우리 앞에서 놀리듯이
쫑쫑거리며 날아가버린다... 이 순간에 저 새가 되고파...
금방 지치고 배고파졌다.
따뜻하고 먹거리가 있는 백담산장까지 가야한다는 마음으로 바위나 나무에 긁혀가며 무조건 가야한다.
그 지긋지긋한 눈도 11시쯤되니 그치고 날씨가 청명해진다.
4시 쯤 다시 조금의 떡국을 끊여먹으며 추위를 달래보지만 모지라는 음식에
섭섭해서 말이 없다. 아.... 행동식의 중요함을 뼈져리게 느껴본다.
이제 더이상 먹을 것이 없는 것이다.
금방 계곡엔 해가 지고 내려갈수록 눈의 빠지는 깊이가 조금씩 줄여들면서
제대로 갈수있는 길을 찾기란 그래도 힘들다.
어둑어둑해지고 헤드랜턴을 켜니 조금 무서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예전에 대간령에서 헤맨 경력이 있어 예상하며 가지만
여자들은 힘들어서 더 이상 러쎌을 못하게 된다.
남자 두명이 교대하며 러쎌하는 데 안타깝다...
네모선배가 러쎌하다가 두발모두 계곡에 빠지고 만다.
이젠 얼지않은 계곡을 조심해야하니 더 힘들다.
우린 계곡에서 작은귀때기골로 들어가는 합수점을 나오기 만을 고대하며 계속가다가
네모선배가 갑자기 러쎌자욱이 있다고 기뻐한다.
와... 이젠 쉽겠다. 그래서 그 러쎌을 따라가보는 데 가파른 산위로 올라가는 러쎌이다..
우리가 도저히 저 길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시보니
동물이 지난간 자리였다. 다시 허탈...
합수점만 만나면 거기서는 어렵지않고 가까우니까...
하염없이 가다가 마지막 남은, 나의 배낭구석에 썩지않아 버리지않던 찰떡파이는 네모선배주고,
형태가 뭉개진, 물론 썩지않아 가지고 있던 초코바 엄지손가락만 한 것은 나선배를 드린다.
선배님들, 먹고 힘내세요...

이젠 가다가 쉬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
그만큼 모두 탈진해있는 것이다.
배고프고, 잠이 오고, 무거운 배낭으로 인한 어깨의 통증...
그러나 여긴선 도저히 뻗을 수가 없다. 먹을 게 없어서...
밤 10시 넘어 합수점을 찾고는 안도의 숨을 쉰다.
이젠 백담계곡을 만나는 합수점까지 가는 계곡은 좀 넓은 계곡이라 조금 편하게
아마 1시간을 걸리리라...
다시 힘을 내고 점점 말이 없어지는 동지들이 걱정되기 시작하며 서로에게 화이팅하자고 격려한다.
이젠 모두 지쳐서 힘들다고 한다.
나와 네모선배는 그냥 여기 텐트치자고 할 만큼 힘들어 도저히 쓰러질것같았다.
그러나 대장이 가야한다고 해서 두발을 이끌고 가지만 무엇보다도 어깨가 아파서 뻗을 지경이다.
배고파서 모든게 더 아프리라...
힘들어 헛구역질을 헤댄다.

근데 그 큰계곡이 나오지않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남자 두 분조차 지쳐서 더이상 러쎌못하겠다고 나를 떠민다.
할수없이 나머지 힘을 내어 조금 가다보니 큰 계곡이 넓게 펼쳐져있어서 모두 거의 기뻐 뛰어가다시피한다.
이젠 여기서부터 백담산장까진 러쎌이 되어있어 그 기쁨으로 가지만,
보통 20분거리라고 생각하는 데 1분이 1시간같다. 또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나중에 얘기지만 나와 나바호선배는 산장의 불빛의 허상을 봤었다.
다시 눈딱고 봐도 불빛이어서 '다왔다~'라고 소리쳤지만 그게 아니었다.
두사람 모두 안경빼고 눈길을 걸어 설맹 걸려가는 증세이리라...
또 나와 네모선배는 렌턴바로 앞에서 보이는 반짝반짝 빛이 보여
이젠 헛것인 별까지 보이는 구나했지만 그건 흩날리는 눈이였다.
조난의 직전이었지만 백담산장만 믿고 걸었다.
백담산장의 따뜻한 난로와 온돌방, 먹거리...

걷고 죽을 힘을 다해 걷고.. 드뎌 백담산장에 도착하니 새벽2시...
모두 허탈해 말이 없고, 자는 산장아저씨 깨워 겨우 살아돌아왔다고 하니 밥해주시고
난로 불을 지펴주신다.
우린 젖은 옷 말리고 젖은 신발 말리고, 매운 꽁치찌개를 해주셔서 밥을 허겁지겁 먹었지만
입안은 써서 넘어가지도 않고 제대로 정신 차릴 수가 없었다.
모두 핸드폰을 켜니 전화는 계속 반복된 전화가 수십통이 와있다.
각자 집집마다 전화해서 안심시키고 야단도 듣지만 난.... 아무데도 걸 곳이 없었다.
내가 설악산 가는 걸 아무도 모르니까...
갑자기 설움이 닥치지만 꾹 참고 담날 일어나서 내가 부모님께 전화해서 설악산에서 죽다가 살아났다고
불면서 위안(?)을 받았다. ㅠ.ㅠ
본드선배님, 푸모리선배님, 벼락선배, 정이, 탬버린, 설도언니... 모두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벽 3시 넘어서 모두 온돌방에 잠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담날 눈떠보니 8시 30분...
온몸이 아프고 지쳐서 더 잘수도 없었다. 배고픈건 여전히...
각자 회사 못 간다고 얘기하고 잠시 더 누워있다가
조촐한 반찬이지만 산장아저씨가 파시는 밥먹고 장비 다시 말리고 싸고 하다보니 12시 30분..
정오 12시 30분에 제설차가 닦아놓은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어깨의 통증은 여전하고 다리도 아프고... 반쯤 가다가 제설하는 화물차를 만나서 무조건 세웠다.
모두 기뻐하며 화물칸에 타고 가는데, 눈 치워야 할 곳에서 멈추길래 선배들은 삽들고
자진해서 나서서 삽질 잠시 하고 또 타고 용대리로 오니
온 마을사람들, 관리공단직원들은 눈을 치우고 있었다.
주차장에 오니... 그 넓은 곳에 차 두대밖에 없는 데 차 주위 넓은 주차장은
바퀴높이만큼 눈이 쌓여있었다.
앞에 조금 치워놓긴 했지만 차빼는 데는 만만찮을 것 같았다.
모두 배낭은 주차장초입에 놔두고 삽을 빌려서 차 있는 곳으로 가서 삽질 열심히했다.
이게 무슨 생각지도 않은 노가다람...
그리고 차가 계속 헛바퀴 돌기에 모두 달라붙어 밀었다.
그래도 꼼짝 못하고 어쩌나..하고 있는 데 장정 세 분이 삽들고 우리쪽으로 오신다.
아... 고마우셔라...
대충 삽질하고 모두 같이 밀어붙이니 잘 빠져나왔다.
이쪽으로 빠져나갈라고 했지만 거기는 더 어림없어 다시 차를 밀어 저쪽으로 이동시킨뒤
약간 오르막에서 헤매길래 또 밀어올린다.
아.... 밥때도 지나 배고파죽겠는 데 계속 힘쓸 일 만 생긴다.
겨우 배낭싣고 가다가 삼겹살이 먹고싶어 식당 찾아 주차시킨다고 하다가 또 차가 빠져서
한번 더 밀고 털래털래 식당가니 누가 이런 눈 온 월요일에 장사하겠냐구요...
그래서 일단 용대리를 빠져나가기로한다.
용대리를 빠져나가니 눈 온 흔적이 별로 없고 양이 적다.
인제에 들어가 삼겹살을 먹으니 오후 5시 20분...
뭐하느라 이렇게 시간이 빼앗겼는 지... 참내...
서울 도착하니 8시, 집에 오니 9시였다.
몸은 모두 정상이 아니다.
이틀 굶으며 노가다한 몸이라 한동안 배고픔을 참지 못 할 것이고
온 삭신이 아파서 며칠 골골 할 것이다.
그리고 작은귀떼기골에 놔두고 온 나선배의 아끼던 씨에라컵과 폴대가지러
봄에 나선배 혼자 가세요. ㅎㅎ
겨울 설악산에서 두번째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배고픔과의 싸움... 행동식을 못 챙긴 각자가 뼈저리게, 몸으로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겨울산은 정말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설악산에서 러쎌하느라 선배님들 고생많으셨습니다.
당분간 뗏짐매고 산행은 잠시 접자구요...ㅠ.ㅠ
** 사진출처는 NAVAJO선배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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