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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에서 8년째 살고 있는 나에게 너무 조용한 나라에서 간혹 긴장감을 주는 것은 지진과 화산이었다.
지진도 기껏? 규모 4~5도 정도도 한국에 기사가 나서 떠들썩하고
화산도 매번 뽀글대던 뚱구라우와 화산과 코토팍시 화산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직접 영향이 없어 그러려니했다.
 
지진이 일년에 1번 정도 느낄정도 나더니 2014년부터 2-3번씩 나고 제법 심해짐을 느꼈다.
주로 밤에 집이 좌우로 흔들리며 공포에 질리곤 했다.
그때 지질학회에서 얼마안가서 에콰도르에서도 크게 지진날거라는 예보를 난 들으며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다녔지만 막상 당하지 않으니 그러려니했다.
그리고 몇 번 당하니 내 몸이 이건 규모 몇 도구나라며 대충 때려잡으며 맞추기도 했다.
그러나 몇 초 잠시 공포가 올 뿐 또 일상으로 돌아가고 잊어버리게 된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한가하게 누워 티비보며 쉬는 데 아주 심하게 아파트가 좌우로 흔들린다.
고양이와 나는 깜짝 놀라며 서로 안고 멈추길 기다리는 데 멈추지 않고, 전등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고,
밖의 길에서는 자동차의 끽~~ 소리가 나고 나혼자 악악대며 멈추기만 기다린다.
그래도 약해지지 않아 실내복 입은 체 복도로 나오니 주위 이웃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복도에서 서성이기만 한다.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어서 괜찮아.
너무 무서워.
 
그리고 한참 진동을 느끼다가 멈추길래 집에 들어가 한국 부모님께 전화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눈물도 나고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SNS에 알리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또 흔들리길래 점퍼만 걸치고 아파트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재빠른 사람들은 짐을 챙겨나오기도 했고, 차량까지 빠져나와서 길을 다닌다.
이 속보가 한국에 나면서 지인들한테 연락오기 시작한다.
나도 현지사는 지인들과 연락하며 어떡하지??
 
안되겠다싶어 다시 집에 올라가서 대충 싸들고 차를 빼서 건물밖으로 나왔다.
고양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집에 두고 나처럼 혼자인 동료가 생각나서 연락하여 태우러 갔다.
그리고 은행부터 가서 ATM기로 돈을 빼고, 커피숖이 열려있길래 커피한잔 마시며 진정하지만 진정이 안된다.
키토의 거리는 아직 피해는 안보이고 또 일상으로 돌아가있고
한 치바(트럭을 개조해서 술마시고 춤추며 다니는 버스)가 요란하게 지나가길래 헛웃음이 나온다.
 
상사와 연락되어 얘기하다가 상사집에 가서 오늘밤은 대피하기로 한다.
상사집은 마당이 넓은 2층집이라 불안이 덜한 것 같다.
연락을 취하느라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날은 아무일 없듯이 밝았다.
 
날이 밝으며 sns을 보니, 사진으로 해안지방의 피해상황이 보이기 시작하며 심각한 거였구나 싶다.
피해지역의 지인과도 연락되고, 안좋은 상황을 보기 시작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야옹이는 내가 짐싸들고 나가면 알아챈다. 출근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도 얘는 안나오고 눈치보고있다. 누가 왔나???
 
마음이 아파서 맘껏 안아주고, 집 청소하고, 대피물품 싸두고
겁이 나서 집밖으로 나왔지만 일요일 거리는 한가하고 어제 무슨일 있었냐는 것처럼 똑같은 일상이다.
 
한국의 월요일인 일요일 밤은 취재기자들의 에콰도르 취재를 위해 이것 저것 알아보며 스마트폰을 뗄수가 없다.
현지 월요일이 되니 해안지방의 심각한 상황이 이제 보이기 시작한다.
현지 방송인프라도 엉망이라 이제서야 취재하고 보도하고 우왕좌왕이다.
 
국가긴급재난선포를 하고 무엇을 해야할 지 챙기기 시작한다.
슈퍼에 가니 사람들이 쌀, 물, 참치캔, 휴지 등 구급물품에 해당되는 것은 텅텅비어있다.
그것을 기부하기 위해 산다고 한다.
 
재난지역에 취재를 위해 온 KBS 워싱턴 특파원과 밤에 바로 키토의 붕괴된 곳을 가서
취재하고 내일부터 재난지역을 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났다.
 
그리고 20일 새벽 2차 강진, 3시 45분 정도 되어 잠에 빠져들어 정신없는 데
같이 팔베게하고 자던 고양이가 갑자기 일어나서 나도 그것에 놀라 일어나니 집이 좌우로 또 흔들리고 있다.
저번 토요일보다는 약하지만 무서워서 바로 일어나 옷걸치고 나갈려니 그친다.
그리고 밖을 보니 모든 아파트는 잠들어 못 느낀 듯하다.
SNS올리고 한국뉴스보니 바로 속보로 6.2도라고 떴다.
진원지가 6.2, 7.8이니까 여긴 5도, 6도 정도였을 거다.
지금 현장있는 사람들도 걱정되어 연락남겼지만 답변없다.
 
아...공포로 돌아버리겠다.
정말 조용히 당하고 마는 것인가?
아침에 출근해서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자느라 못느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기부에 관련해 연락오고, 문의오고, 현장에 간 팀은 안좋은 소식만 사진으로 보내오고
에콰도르 정부는 긴급재난 복구를 위해 비용마련으로 세금올린다는 얘기뿐이고
지인들은 3차 지진소식까지 나면서 계속 연락오며 한국에 빨리 들어오라고 난리다.
아... 나도 이젠 더 이상 여기서 살아야한다는 의무감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거다.
여행객도 아니고 어떻게 지금 당장 들어가나.
 
꿈에서도 지진나서 흔들리고, 잠에 깨도 흔들리는 것 같고,
소리에 민감하고, 계속 흔들리는 환청이 들고, 공포로 인해 나도 피곤하고 힘이 빠질뿐이다.
큰 지진이후 3번의 강진이 또 있었고 또 언제 강진이 올지 모른다.
이젠 인이 박혀 흔들리면 그러려니 한다.
세게 오래동안만 흔들리지마라.
 
우리사무실의 올해 계획이나 진행되던 일이 뒤죽박죽이다.
안좋은 케이스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멈춘것도 있고
다른 케이스는 잘 풀리는 것도 있고, 계획한 방문은 계속 진행할 모양이다.
 
제발 이젠 그만 강진이 있고 복구작업이 잘 해결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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