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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이란다.
여기에선 날씨가 매일 똑같아 몇 월인지, 날짜가 와닿지 않는다.
그런 변화가 없어서 더 지루한 생활인지 모르겠다.
벌써 11월...
한해의 마무리로 바빠질테고, 새해를 맞이하며 떠들썩 할텐데,
난 벌써 여기 다시 온 지 8개월이 되어간다. 에고 그것 밖에???
마음으로 지친 나날을 쇄신하자고 하지만 힘들다.
계속 빠져드는 건 절대고독, 외로움, 지쳐가는 몸과 마음... 뭐가 먼저라서 나중 이유인지 모르곘다.
여유, 행복을 느낄 틈이 없다.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잘 풀려주지 않고,
어느새 나는 욕하며 일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처음에 예상했던 계획대로 여기서 생활하고 있는 지 돌아보면
전혀 아니다.
시간이 도저히 안나서 학원도 안다니고 있고,
먹을 것도 없어서 점심시간마다 뭘 먹나 고민하면서
도대체가 먹을 것이 없다.
햄버거, 샌드위치 하나 맘에 들어 손에 땡기는 것 없고,
짜고 기름진 음식도 질리고,
도시락 싸다녀야지 마음먹어 보지만, 음식할 시간도 없어 냉장고의 음식은
썩어서 결국 버리고 있고, 여러가지 총체적인 난국이다.
스트레스에 뭐든 막 먹어대고, 운동 할 시간없어 운동도 안하고
몸의 리듬과 조절이 깨진 지는 옛날이고...
왜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먼 외국 나와서 사는 건 어차피 힘든거,,, 너만 잘살지 말고 다 같이 잘 살잔 말이야!!!!!
제발 부탁이다.
11월 연휴 지나고 새로운 주간이 시작되며
마음가짐이 조금은 새롭고 신나게 바뀌길 노력해본다.
내일부터 다시 걷기 운동, 학원수강...
늪에서 빠져 나오자. 다시 힘차게 걸어가자...
스트레스 잇바이 받은 날...
눈이 작아 독기가 보이지 않는다. ㅎㅎ
사진 인화를 다시 스캔해보니 또 다른 느낌...
머리카락 관리가 한계에 이르러 드디어 파마결정을 했다.
좀 비싸게 주고 하면 낫겠지 해서 좋은 곳을 같더니 오늘 원장님이 안계시다고 내일....
됐네요~~~
그리고 동네 미장원에 갔다.
좀 굵게 해달라고 했지만, 해줄께 해놓고선
금방 풀린다고 완전 뽀글을 해버렸다.
요즘 엄마들도 그렇게 가는 뽀글은 안할거다.
참견하느니 그냥 내버려뒀다.
어느새인가 스페인어 하는 게 귀찮기보다는,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고, 안해봤고, 안봐서 이해를 할 줄 모른다.
그림까지 비교해가면 뭐하나... 전혀 기술이 없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도 그다지 멋이 없다.
아마 몸매가 안따라주고, 매일 똑같이 변화가 없는 환경때문에 그러리라.
우리 한국만한 곳이 세상 어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 그게 문제다.
여기 살면 머리 이상하다고 할 사람도 없고 어때...
순서는 한국식으로 하는 데, 파마 마는 순서가 엉망이다.
남자직원이 '오! 멋져, 완벽해..'해가며 혼자 도취에 빠진다.
뭘 바래...
나중엔 비닐을 씌워 숙성시켜야하는 데, 비닐이 없나보다.
까만 봉지 뜯어서 씌운다.
뭘 바래...
중화제 뿌릴 때 얼굴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엔 휴지로 감더니(이건 한국에서 봤나?)
두번째는 어디서 안쓰는 솜을 가져와서 막아댄다. (구하기도 어렵겠다.)
집에 와서 다시 머리 감았는 데도 파마약냄새로 잠을 못잔다.
너무 뽀글거려 다음날은 머리 묶고 갔다.
머리가 상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현지직원들은 웃는 다. 이쁘다며... 이쁜데 웃겨죽는 다는 표정이냐?
한국직원들은 '그래서 여기서 파마를 못하는 거예요...' ???
일주일만 지나면 자리잡아 괜찮아진다. 항상 그렇듯이...
이 파마로 1년은 지내야지..
해지면 바깥출입을 아예 금하고, 집에 들어가야한다.
밤의 문화가 한정적인 곳 외엔 아무것도 없다.
길 자체가 암흑이고, 범죄의 온상이 되어 버린다, 특히 우리같은 외국인에게는...
최근 나의 생활 활동시간이 바뀌어,
오전에는 회사까지 걸을려고 노력중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어, 억지로 사무실까지 35분 걷는 것을 즐긴다.
큰 길로 걷다보니 차량 오염은 다 들이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퇴근시에는 7시 30분 정도 인데,
큰길로 좀 걷다가 전차를 탄다.
예전에는 꿈도 못 꿀 상황인데, 의외로 빠르고, 접근성이 좋아
즐겨탄다.
암흑같은 거리에 전차엔 사람이 드문드문..
전체로 암울한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왠지 그 분위기가 좋다.
아마 오랜만에 밤의 공기를 마셔서 그럴 것이고,
하여튼 밤이 그리웠고, 오랜만이라 무조건 좋은 것 같다.
뿌듯하게 하루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 기분...
한동안 이 생활을 즐기고 싶다.
밤이 무섭지 않다....
한번씩 지적 자극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겁다.
게으르고 심지가 굳지 못해 지속적으로 이어가거나
본격적으로 내 앎으로 파고들 지 못하지만...
그것을 나는 남자들한테서 보상받을 려고 했나보다.
여러 종류의 남자들 중에 의식있고 깨어있는 지식인이 좋았고,
그런 사람만 만나는 게 의미있지 그 외 다른 의미로는 만나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제서야 똑똑한 남자들 중에 헛똑똑이인지, 알찬 놈인지 대충 알것같기도 하지만...
주위에 아는 사람도 남자들이 많다.
여자들은 지루해서 만나기도 싫다.
남자들 만나면 그래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고, 들을 수있어 남자들과 모임을 좋아하고
꾸준히 술마시며 그 모임이 좋다.
내가 한번씩 빠져드는 사람은 딴 조건 안따지고,
현명하고 똑똑하고 비상(?)하고, 언변좋고 그런 남자...
최근엔 밀려드는 절대고독과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고자 고른 것이 독서...
코이카 사무실엔 정말 좋은 책들이 즐비하다.
이 좋은 조건에서도 그것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첫째는 게으른 나의 천성,
둘째는 이 시간에 스페인어를 하나 더 봐야지, 결국 이것도 아니었지만...
셋째는 한동안 적응하느라... 그것도 게으름의 연속이다.
하여튼 마음 바꾸고 책을 하나 집어들었다.
'대화': 리영희와 임헌영의 대담집....
이 책이 나의 3일을 꼼짝없이 빠져들게 만들었고, 엔돌핀이 돌 정도로 신났고,
우연히 틀었던 노래가 Bob Dealon의 노래까지 깔리며, 70년 80년대로 돌아가는 듯했다.
자기에게 엄격했고, 치밀했던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 리영희...
지금 이 책을 보면서, 지금 나의 입장에서 다시 해석하는 부분도 있고,
물론 몰랐던 부분도 많아 흥미롭고,
예전엔 그렇게 엉망인 제도속에 살았던 부모세대들이 새삼 존경스럽고...
아.... 말이 짧아진다.
이 책을 보며 내 삶도 많이 돌아보게 한다.
첫사랑은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줬다.
그때 그런 시대상의 책들, 얘기들을 많이 해줬고,
나도 도서관가서 해방신학, 고서들을 읽어보았지만 반만 알고 지나갈 뿐...
그래서 그 남자는 그 공부를 하며 전향했구나,
저 남자는 그 어려운 상황에서 그렇게 변해가는 것을 내가 이해해야 했을까?
예전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고민하게 했던 주말이다.
계속 탄력을 붙여 책 좀 봐야겠다.
부지런해져야겠다. 이가 아니면 잇몸으로....(?)
12월에 휴가를 내어 책 짊어지고 산골로 들어갈까???
최근 자주 끼토에 지진이 일어나는 데, 흔들림이 탁자위 액자가 넘어질 정도이다.
며칠 전 지진으로는 끼토의 다리가 점검 받을 정도이고...
에콰도르 북서쪽이 유력하다는 예전의 보도는 있었는 데 모를 일이다.
최근 날씨는 안좋아 춥고, 우박이 내리면 머리가 빵구 날 정도로
크게 하얗게 내린다.
12월엔 휴가를 쓸 예정이다.
사실 휴가를 써도 가고싶은 곳도 없다.
가볍게 해안지방으로 갔다올까 예정이다.
12월엔 사무실의 분위기도 틀려지겠지.
병가로 한국갔던 소장님이 돌아오시고, 새로운 압박이 시작되겠고,
인턴이 두명이나 오고...
사무실 이전도 할 계획이다.
여유가 생길 만하면 일거리가 생겨줘서 고마울 뿐이다.ㅎㅎ
벌써 나의 연장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전때문에 연장해야하지 않나 싶다. 나머지 1년은 금방 가겠지...
크리스마스, 연말은 처절한 외로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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