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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에콰도르와서 화가 난 날이다.

성질을 부리고 말았다.
 
이 나라는 5월 둘째주 일요일이 엄마의 날이다. 그래서 명절만큼 많은 돈 들이며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날이다.
물론 6월 둘째주 일요일은 아빠의 날이다. 그래서 나도 우리집 주인은 나와 나이가 똑같아서
꽃 한다발(1.5달러) 사주고, 여기 식구 할머니들에게 양말을 사줬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할머니들이라 사드리니 아주 좋아라고 하셨다.
 
한 달전쯤 아래층 동기단원과 한국음식을 만들어 대접한 적이 있었다.
계란말이, 불고기, 김치전, 김치볶음밥...
물론 한국식품점에서 아주 비싸게 사서 간단하게 만들어 드리니
이 식구들은 하나의 잔치였고 너무 좋아해줬다. 역시 불고기를 좋아했다.
여기 문화 중에 집에 초대해서 음식 해주는 것을 아주 호화스런 대접이라 생각하고
모든 문제가 있으면 집에 초대하라는 우리의 규칙이 있다.
 
그렇게 분위기 좀 좋아지니까 그 날 다른 피에스타 초대장이 있었나보다.
우리보고 춤추러 가자고 한다. 거절하다가 겨우 같이 가기로 했다.
여기 피에스타 개념은 가족이든지 친구들이라든지, 아니면 어떤 주제가 있으면
주최하고 초대장 발급해서 한 넓은 장소를 빌려 가수도 초대하고, 자기네들끼리 작은 연주를 한다든지,,,
그러나 목적은 마시고 춤추고 즐기는 거다.
평소 아주 바른 생활만 하시다가 간혹 이런 피에스타에서 열심히, 정말 열심히 노는 거다.
그때 따라간 피에스타는 밤 10시정도에 갔는 데 한껏 무르익고 있었다.
아이부터 늙은 노인네들까지 가족단위나 친구들끼리 잘 차려입고 와서
우리나라같으면 동네회관같은 곳에 무대마련하여 음악 빵빵하게 틀고,
춤추는 자리가 스테이지가 되어 아무 거리낌없이 춤을 즐긴다. 춤도 살사리듬이라 우리나라처럼 막춤도 아니고
엉큼한 마음으로 춤추지 않고 어느 누구나 그냥 즐기는 거다.
우리도 제법 양주 마시며 춤을 맞춰 같이 추며 즐겼다. 아주 좋아라한다.
 
그러나....
담배연기, 밝은 조명, 시끄러운 뽕짝같은 음악, 새벽2시가 넘어가도 갈 생각안하고 마시고 춤춘다.
그렇다고 과음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알맞게 즐기는 건데
동기단원이랑 즐기는 것도 한계가 있다. 현지인과 말하는 자리도 아니라
시끄러운 뽕짝이 시끄럽고 힘들어져서, 내가 그냥 엎드려 자는 바람에 모두 일어섰었다.
그때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나때문에 못 노는 것 아닌지...
이번엔 가족들 피에스타가 있다고 초대장을 준다.
기타치고 라틴음악을 즐기는 우리집 주인 마르셀로의 음악은 내가 인정하는 바라
30년된 친구들 모여 연주한다는 피에스타라 좀 다를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어머니날 맞이한 특별한 피에스타고 애까지 연주 한다고 해서 조금은 기대했지만
좀 귀찮기도 했다. 그때의 피에스타의 공포가 밀려와서...
코이카 친구들 데리고 오라고 초대장을 더 주는 데, 별로 광고하며 데리고 가고싶지 않았지만
친구 아무도 안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것 같아, 몇몇과 얘기해서 낮부터 만났다...
초대장엔 저녁 7시30분부터 시작이고 내 가족들도 6시에 떠날거라고 했었다.
그러나 여기 에콰도르타임이 있다. 예전 우리나라 코리안타임처럼...
그래서 친구들과 택시타고 도착한 장소는 역시 드넓은 마을회관이었다.
거기서 내려다 본 야경...

7시쯤 도착했더니 역시나 주최자의 준비하는 사람만 좀 있었다.
우리도 너무 일찍왔나??

나도 피에스타라고 조금 차려입었지만 둥근 얼굴이 부담스럽다.ㅜ.ㅜ

주최자인 가족들도 8시에 오고 아직도 무대 스피커 연결등 전혀 안하고 있다.
이럴줄 알았어야 하는 데...
9시 되니 시작할려고 좀 모인다.
그때 친구들은 늦다고 돌아갔다. 어차피 연주 보는 건 포기하고... 포기 잘 했지...
저렇게 잠시 인사하고 춤음악 틀어서 모두 춤추고...
또 쉬는 틈 타서 엄마들에게 트로피 드리고...고마움의 표시인가보다.
또 춤추고...
잠시 춤을 맞춰 춰줬지만 별로 흥도 안나고 공포가 밀려온다.
음악이 시끄러워 다른 사람들과 얘기도 못하는 상황이라 그냥 감상하고 보고만 있는 것이다.

계속 춤, 먹고, 춤, 마시고...
마시면 잠이 올까봐 마시지도 않고 그냥 눈 똑바로 뜨고 구경했다. 그러나 그게 더 어려웠다.
11시쯤에 졸고 앉았지만 어느누구도 집에 가지 않겠냐는 말을 안한다.
좀 배려해주길 바랬는 데... 그래도 돌아갈 수 없는 게 택시도 무서운데다가
가족들 연주는 봐주는 게 예의라 생각해서 기다렸다.
11시쯤에 얘기를 들었다. 새벽 1시쯤에나 본공연 가능하다고... 그때부터 고통이었다.
드뎌 시작된 본 공연...
전에 갔던 피에스타보다는 수준이 높다고 위로하며 구경했다.
맨 왼쪽은 둘째아들 릭키,, 수준급이다. 15살인데...
맨 오른쪽이 우리집 아저씨... 마르셀로.
그러나 본 공연은 4곡정도 밖에 안한다.
그리고 또 춤....
그때부터 엎드려 잠도 잤다. 그러나 아무도 안깨운다.
그러다 또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깨니 우리집 큰아들 하이메의 젊은 공연이 있다.
역시 애들이 모여들며 인기폭발이다.

나름대로 웃겼다. 백스트리트 보이즈를 좋아한다는 이 그룹...
릭키가 뒤에서 기타도 쳐준다.
제법 랩과 춤과,,, 귀여웠다. 가로무늬가 하이메이다.
짜식,,, 잘생겼네.. 20살정도이지...

나도 아래집 아저씨라 잠시 춤...
나도 분위기 맞출 줄 안다고... 그러나 한계가 있다.
그저 집에가서 쉬고 싶었다.
오후 3시부터 이 피에스타를 지루하게 기다렸다.

우리집 큰아들 하이메...
오늘의 큰 카수였다. 작은 꼬마아가씨는 내가 좋아하는 에밀리... 사촌지간인데 에밀리가 하이메를 무척 따른다.
귀엽다.
하이메는 아주 잘생긴 편이다. 키작은 편이라 그렇지...

이 공연이 끝나니 새벽3시였다.
여기 할머니들과 어른들도 힘좋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면서 늦게까지 춤은 잘 추시는 거 보면 놀랍기만 하다.
정말 평소 근면성실히 생활하다가 피에스타 한번 있으면 뽕이 빠지도록 노는 것이다.
그 시간까지 애들도 나름대로 놀면서 집에 가자는 소리를 안한다.
새벽3시에 손님들이 하나씩 빠지기 시작하며 모든 피에스타는 끝난 것 같은 데
주최자인 우리식구는 이때부터 노는 분위기다.
이제 나의 인내심도 폭발해버리고, 그냥 집에 간다하고 그 늦은 시간에 무서운 줄 모르고 택시타고 집에 와버렸다.
결국 혼자 화를 내고 혼자 삭히고 말아야 될 화다.
그러나 외국인인 나에 대한, 힘들어하며 졸고 있는 나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한 데 화가 난다.
그네들의 관습이고 습관인건 이해가지만 조그만 배려... 그게 아쉬운데 아쉬운 내가 오버인가???
결국엔 새벽4시에 모두 와서 또 집에서 음악 크게 틀고 또 놀고 있다.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대하며 얘기했지만 나름대로 여기서 안할것이 생겼다.
피에스타 피 자만 들어도 몸서리가 친다. 절대 피에스타는 안 갈 것이고 만약 모임있다하면
1-2시간 늦게 갈것이다.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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