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일상

고양이, 새식구 들였다...2013.04.04

heidi01 2023. 12. 19. 21:08

에콰도르 삶이 너무 허전해서 전부터 생각했었는 데 실행에 못 옮기고 있었다.
먼저, 고양이를 들일 것인지, 개를 들일 것인지...
한국가서 여러 전문가(?)분들을 통해 상담한 결과, 나도 동의하고 고양이를 결정했다.
출근하면 혼자 있어야하는 데, 혼자 잘 있을 애는 고양이일 것 같다.
그리고 나를 너무 귀찮게 안하는 애면 좋겠다.

예전에 고양이도 키워봤고, 개도 키워봤지만 개가 힘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 대변 가리기도 힘들었고(일하며 키우니 집에 가면 이 놈 똥오줌 치우기가 바빴다.)
아픈 추억도 있어서 개는 안쓰럽다.

최근 보너스가 생겨서, 의미있는 데를 써야겠는 데 고민했다.
부활절 3일 연휴에 공원으로 산책 나섰다.
공원을 돌다가 문득 생각나서 애완동물샵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 마음은 반반이었다. 가격이 비싸거나 이쁜 놈 아니면 안사야지.
처음부터 개는 관심이 없고, 고양이가 있었는 데,
거기서 보는 고양이는 흔히 우리나라에서 보는 잡종 고양이가 아니고 이뻤다.
샴고양이과도 있고 페르시안고양이도 있고...
페르시안 고양이가 이쁘지만 털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페르시안은 잘 못들었고, 샴고양이과는 100불이 안한다.
어라? 가격도 내가 생각한 것과 맞네.
그래서 돌아서니 내내 눈에 밣힌다.

그래서 다시 친구들과 가서 골랐다.
작고 이쁘고 온순하고 가격 적당한 것으로...
바로 이 놈.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통키니즈 과. 샴과 다른 종류를 섞은 것으로 사교적이고 활발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은 통키, 암놈, 3개월... 이름이 중성적이어야 잘산데...
첫날은 나에게 오지도 못하고 겁만 먹었다.
사료를 사서 주니 잘 먹었다.
그래, 너도 적응해야지...
대변가리는 것이 제일 걱정된다. 모래를 만들어 놓긴 했는 데 잘해줄지...
낮에 외출했다가 밤에 들어갔더니, 모래속에 얼마나 이쁘게 가려놓았는 지
너무 이쁘고 너와 나는 운명이었어~~ 가 되어버렸다.

둘째날부터 적응이 되는 지, 나에게 마지못해 튕기면서 와서는 한다리라도 나에게 걸쳐놓고 잔다.

이젠 내 배위에 와서 저렇게 자리잡고 내가 뭘 먹나 확인도 하고
잠도 자고 그런다. 은근 귀찮네...

이렇게 잘때 만져주면 자기도 손을 나에게 긁어댄다.
우리 조카 지현이 같다. 어릴때 잠자는 동안 옆사람 팔을 그렇게 주물러대더니...ㅎㅎ

애기라서 그런지 틈만 나면 잔다.
내가 목과 배를 만져주면 그렁그렁대며 자기를 다 맡긴다.ㅎㅎ

심심한 것 같아 작은 장난감을 사주니 뛰어다니고 난리났다.
역시 고양이였다. 재빠르고 물어뜯고 그렁그렁대며 좋아하고
먹는 것 좋아하고, 맛난거 먹을때 '아 오~~옹'하며 신음소리 내고
장난치자고 하고 생선 잘 먹고...

데리고 온지 나흘만에 내 침대에서 같이 잔다.
나에게 붙어서 자는 데, 나도 만져줘야할 것 같아 잠시 힘들지만
그렇게 나랑 한식구가 되어 살아야지.

최근 여러가지 일이 있으며 보는사람만 자주 보니 지겹기도 하고
사람에 많이 지치기도 했고, 나도 간혹 컨트롤이 안되어 
내가 한 행동이나 말에 후회하면서 사람들을 멀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면서 더 조심스러운 사람과의 관계가 
지쳐가나보다. 
조심스러운 관계는 안하는 것이 낫고, 나이값도 해야하고 
사람들도 실망스럽고... 
이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야겠다. 에콰도르여서 외롭고 힘들기보다는 
어디나 어느곳에 있으나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 관계가 어려워지니까 
그냥 말을 아끼며 조용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